안녕하세요, 라티스글로벌입니다. 오늘은 게임 OST 중 가사가 있는 곡의 현지화, 그중에서도 원곡의 음에 맞춰 번역된 가사를 그대로 부를 수 있도록 하는 개사(改詞)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. 많은 분이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이번 시간에는 일본어 → 한국어의 개사를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.
우선은 원곡의 스타일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법입니다. 과거에 저희가 진행했던 프로젝트인 ‘코노스바 모바일’에 삽입된 곡 ‘내 인생 최고의 날(わが人生最良の日)’의 1절 가사를 보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.

(이미지 출처: 코노스바 모바일 _ 구글 플레이 스토어)

# 1 – 기초편

코노스바 모바일 삽입곡: “내 인생 최고의 날


1) – 원곡 들어보기
단순히 가사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원곡의 음에 맞춰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해야 하므로 원곡을 들어보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. 이 과정에서 원곡의 가사를 확인하고, 곡이 어떤 음절로 이루어져 있는지 파악하는 것 또한 필수적인 작업입니다.
곡을 들어본 후에는 원곡의 가사가 음계로 나누었을 때 어떤 리듬이 되는지 간략하게 적어보고, 가사의 전체적인 내용은 어떤지, 분위기는 어떤지 미리 정리해 봅니다.

2) 가사 및 음절 분석
[가사] – 띄어쓰기는 음절 구분을 위해 부득이하게 삽입한 것이며, 일본어의 문장 및 단어, 단락 구분과는 관계가 없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. 일본어 원문 > 일본어 독음 > 한국어 의미 순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.

(이미지 출처: 코노스바 모바일 삽입곡 _ 유튜브 화면 캡쳐)

[원문] 今目の前に 山のような 見たこともない ご馳走が (7-6-7-5)
[독음] 이마메노마에니 야마노요오나 미타코토모나이 고치소오가
[번역] 지금 눈앞에 산처럼 차려진 한 번도 본 적 없는 진수성찬이
[원문] 報われる日が いつの日にか 必ず来ると 信じてた (7-6-7-5)
[독음] 무쿠와레루히가 이츠노히니카 카나라즈쿠루토 시인지테타
[번역] 보답받을 날이 언젠가 온다고 반드시 올 거라고 믿고 있었어
[원문] 堪え切れない 気持ち抑えて この手を伸ばし かけたとき (7-7-7-5)
[독음] 코라에키레나이 키모치오사에테 코노테오노바시 카케타토키
[번역] 주체할 수 없는 마음 애써 가다듬고 손을 뻗어 보니
[원문] 色とりどりの お皿とともに 私の夢が 褪せていく (7-7-7-5)
[독음] 이로토리도리노 오사라토토모니 와타시노유메가 아세테이쿠
[번역] 각양각색의 접시와 함께 내 꿈이 사라져가네

(이미지 출처: 코노스바 모바일 _ 구글 플레이 스토어)

3) 1차 개사
지금 바로 눈앞에 차려져 있는건 꿈에서도 그리던 진수성찬 (7-6-7-4)
언젠가는 고생 끝 좋은 날 올 거야 의심하는 일 없이 믿고 있었어 (7-6-7-5)
벅차오르는 마음 간신히 가다듬고 손을 뻗어 봤더니 이게 무슨 일 (7-7-7-5)
알록달록 접시는 모래처럼 사라져 꿈꿔왔던 만찬은 물거품으로 (7-7-7-5)

1차 개사 결과물입니다. 맨 첫 소절 끝부분의 ‘진수성찬’은 4음절이지만, ‘지인수성찬’처럼 부르면 5음절에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. 가사의 주제인 ‘헛된 꿈을 꾸었구나’도 그럭저럭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. 원곡에 맞춰 머릿속으로 직접 따라 불러 보고,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아 보면서 추가로 수정을 해 나갑니다.

4) 2차 개사
진수성찬 눈앞에 상다리 휘도록 꿈에 그린 것처럼 차려져 있네 (7-6-7-5)
언젠가는 고생 끝 좋은 날 온다고 의심 없이 믿었던 보람이 있어 (7-6-7-5)
벅차오르는 마음 간신히 가다듬고 손을 뻗어 봤더니 이게 무슨 일 (7-7-7-5)
알록달록 접시는 모래처럼 사라져 꿈꿔왔던 만찬은 물거품으로 (7-7-7-5)

2차 개사 결과물입니다. ‘지인수성찬’으로 발음해야 했던 ‘진수성찬’을 ‘차려져 있네’로 고쳐 7-6-7-5 / 7-7-7-5의 리듬을 맞추었습니다. 거듭해서 머릿속으로 불러보면서 입에 잘 붙는지 확인한 후 잘 만들어졌다 싶으면 마무리하면 됩니다.

# 2 – 심화편

SIRO – “내일 또 만나 (またあした)”

음절 수에 맞춰 적절한 단어를 선택해 문장을 짜 맞추는 것에서 더 나아가면, 문장 단위의 연결과 의미 전개의 자연스러움에 중점을 두거나 발음하기 쉬운 단어를 선택하는 센스, 호흡 단위 발성의 편안함에 기초해 단어를 배분하는 등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노래의 주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. 소절 단위의 의미를 쫓아가는 데 급급한 것이 아니라, 곡에서 전하고자 하는 의미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어떻게 해야 한국어로 불렀을 때 더 자연스러워지는지 고민하면 개사는 새로운 창작의 영역으로 나아가게 됩니다.

[원문] 空は果もない青の先 灯りを紡ごう 君と手をつないで
[발음] 소라와 하~테모나이 아오노사키 아카리오 츠무고 키미토 테오츠나이데 (3-5-5-4-3-3-6)
[개사] 푸르른 저~ 하늘 멀리 떠나가 보자 너와 나 손잡고서 눈부신 빛을 수놓으며 (3-5-5-4-3-3-6)

(이미지 출처: SIRO “내일 또 만나” MV _ 유튜브 화면 캡쳐)

노래의 후렴구 부분입니다. ‘하~테모나이’로 5음절이지만 첫음절을 길게 뽑아야 하는 특성을 살려 ‘저~ 하늘 멀리’로 처리한 부분과, 4음절이었던 ‘아카리오(빛을)’ 부분을 ‘너와 나 손’으로 이어서 뒤에 오는 ‘잡고서’를 강조하면서도 하나의 문장에서 어디를 끊는지에 따라 1~2 음절 정도의 차이를 따라잡는 솜씨를 보여주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.

[원문] きっとどこへでも 道は続いてく 大きな月に 微笑み返す
[발음] 킷토 도코에데모 미치와 츠즈이테쿠 오오키나 츠키니 호호에미 카에스 (2-5-3-5-4-3-4-3)
[개사] 가고 싶은 곳에는 어디든지 갈 수 있어 달님에게도 반갑게 손 흔들어 봐 (2-5-4-4-5-3-1-4)

(이미지 출처: SIRO “내일 또 만나” MV _ 유튜브 화면 캡쳐)

3-5 음절 분할이었던 ‘미치와 츠즈이테쿠’는 4-4 음절 분할인 ‘어디든지 갈 수 있어’로 조절하였고, 그 외 마지막 부분은 좀 더 과감하게 문장 단위로 음절 배치를 바꾸어 가면서 ‘흔들어 봐’로 되도록 발음하기 편한 말을 배치하여 부르기 어렵지 않도록 신경을 쓴 흔적이 보입니다.

# 3 – 프로의 작품

윤하 – “혜성 (ほうき星)”

https://youtu.be/plX8IF89vqE?si=0PeKU_TWokRffka

JPop 번안곡이나 과거 케이블 TV의 애니메이션 전문 방송국이었던 투니버스 애니메이션의 오프닝(OP), 엔딩(ED) 등에서 실제 개사가 이루어진 후 가수에 의해 녹음까지 이루어진 곡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. 여기서 살펴볼 곡은 윤하의 ‘혜성(ほうき星, 호오키보시)’입니다. 일본에서 먼저 활동을 시작했던 가수라 그런지 발음도 자연스럽고, 한국어와 일본어 가사가 전체적인 테마에선 맞닿아 있지만 한 소절 한 소절의 내용은 아예 다른 스타일인 것이 특징입니다.

[원문] 夜空を見上げ一人 ほうき星を見たの
[발음] 요조라오 미아게 히토리 호오키보시오 미타노
[직역] 홀로 밤하늘을 올려다보다 혜성을 보았어
[개사] 어두운 하늘을 날아다니는 저 빛나는 별을 타고서
[원문] 一瞬ではじけては 消えてしまったけど
[발음] 잇슈운데 하지케테와 키에테시마앗타케도
[직역] 금세 폭발해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지만
[개사] 긴 잠이 든 그대 품으로 날 데려가 줄 수 있다면
[원문] あなたのこと想うと 胸が痛くなるの
[발음] 아나타노 코토 오모우토 무네가 이타쿠 나루노
[직역] 널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져 와
[개사] 밤낮 하늘을 돌고 돌아도 나 그대만 볼 수 있다면
[원문] 今すぐ会いたいよ だけど空は飛べないから
[발음] 이마스구 아이타이요 다케도 소라와 토베나이카라
[직역] 지금 바로 만나고 싶지만 하늘을 날지 못하니
[개사] 내 달콤한 단잠까지도 다 버리고 날아올라가도 좋아

‘혜성(ほうき星, 호오키보시)’이란 노래 제목을 첫 소절에서 직접 언급하고 있는 일본어 가사와 달리 한국어 가사에선 ‘별’로 처리가 되었고(한국어 가사에서 ‘혜성’은 뒤에 나오는 후렴구 부분에 쓰입니다), 일본어가 ‘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지만 불가능한 상황’을 표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한국어는 ‘하늘을 날아서라도 님과 만나고 싶은 마음’ 자체를 강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. 언어별로 각 소절의 의미까지 동일하지는 않으나, 그러면서도 ‘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’을 표현하는 곡 전체의 테마는 잘 유지하고 있으며, 이게 곡의 분위기와도 잘 맞아떨어지고 부르기도 쉽다는 점을 보면 개사가 참 잘 된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.

# 4 – 맺음말

음악에는 국경이 없지만 가사에는 국경이 있습니다. 이런 벽을 뛰어넘고자 하는 결과물이 아마 개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. 누구나 어린 시절 음악 시간에 배웠던 동요인 ‘반짝반짝 작은별’의 개사가 어떻게 이루어졌을지 생각해 보면 어렵지 않게 그 방법에 관해 짐작할 수 있습니다.
짧게 요약하자면 개사는 원곡의 가사가 의도하는 바를 파악한 후 원곡의 박자 및 음절에 맞춰 번역해 보고 소리 내어 불러 보며 말을 재배치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. 여기에서 더 나아가면 단어의 배치나 발음하기 쉬운 표현의 도입, 원곡에서 강조되는 부분에 어떤 표현을 넣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나 소절 단위의 매칭에서 벗어난 곡의 전체적 테마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도입해 볼 수 있고요. 이번 글에서는 사례 중심의 설명만 드렸지만,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란 속담처럼 본인이 좋아하는 외국곡의 원문 가사의 음절을 체크해 보고 전체적인 가사의 흐름과 주제를 어떻게 살려내야 할지 스스로 고민해 보는 것이 시작이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쯤 시도해 보시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. 감사합니다. 게임 번역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contact@latisglobal.com 으로 문의 바랍니다.